올해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일은 단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입니다.
이 바이러스가 한 해 동안 끼친 파장은 그야말로 전대미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신종코로나의 위험성과 전 세계에 끼칠 파장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많은 분께 알리려 했다고 자부합니다.
(잡설) 우한폐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 - 1월 25일(잡설) 우한폐렴, 이번만은 제발 이념만 쫓는 무능한 정부의 민낯을 보이지 마라. - 1월 27일
(잡설) 우한폐렴은 감기도 독감도 아니다. 미증유의 위험한 전염병이다. - 2월 3일
(잡설) 지금 당장 중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라!! - 2월 6일
신종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킬 것이고 이에 대한 파장으로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제가 틀린 것도 몇 개가 있습니다.
- 중국 이후의 대유행이 한국, 일본, 태국, 싱가폴, 베트남 같은 중국의 주변국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
- 백신보다 치료제가 먼저 나올 것이라고 본 점
- 한국의 2차 대유행이 9월이나 10월경일 것이라고 예상한 점
중국이 미국, 유럽과 아시아 못지않게 상당한 인적-물적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또 백신의 통상적인 개발 기간이 9년이고 대부분의 백신이 실패하기 때문에 치료제나 유효한 치료법이 먼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한 인간의 총력적인 노력의 힘을 가볍게 보았습니다. 또, 한국의 촘촘한 행정력을 이용한 역학조사/격리의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대략적인 흐름은 맞췄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지만 신종코로나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내년에 신종코로나는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예상해 보려 합니다.
최악의 순간은 지났습니다만 새벽이 가장 어둡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북반구의 겨울철을 맞아 신종코로나가 재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분기 이전에 주요 선진국에서 신종코로나는 정리단계로 들어설 것입니다. 백신이 일반 대중에까지 충분히 접종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종코로나가 일으킬 다른 경제적-사회적 충격은 한참 더 가겠지만 병 자체는 일상을 찾아가는 단계로 들어설 것입니다.
한국은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지금이 한국의 2차 대유행이라는 것은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대구 이외 지역은 강력한 봉쇄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3단계 조치가 나오면 그 심리적, 경제적 충격은 상당할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에게 충분히 접종할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3분기가 되어도 핵심인력에게만 접종을 할 수 있을 뿐 내년 말이 되어도 병의 통제는 쉽지 않을 겁니다.
내년 하반기 이전에 백신접종증명서나 음성증명서를 소지한 사람에 한해 국가간 관광과 이동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인은 한참 불이익을 받을 것입니다.
중국은 다시 한번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지금 신종코로나 환자가 하루 20명 선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이는 지속할수 없습니다. 산업과 생활을 완전히 정상화한 상태에서 타 국가와 격리/봉쇄된 것도 아닌데 중국만 계속 20명대의 확진자만 나올리 없습니다. 지금은 한 명만 확진자가 나와도 주변을 통채로 우한식으로 봉쇄하는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만 동시 다발적으로 전국에서 확진자가 출몰하면 중국의 상당 부분을 다시 봉쇄하던지 아니면 일본이나 한국처럼 적당히 병과 공존하는 길을 택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전 세계에 뭔가 보여주겠다고 대규모 봉쇄를 할 만한 여력이 중국에겐 없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병과 공존하는 것도 중국 공산당 지도력의 토대를 잠식할 것이기 때문에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내년에 중국은 참 곤란한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변종 신종코로나는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신종코로나의 변이체라고 불러야 합니다. 이미 지금 돌아다니는 신종코로나 대부분은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D614G라는 변종입니다. 쉽게 말해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게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서열의 614번째 아미노산이 aspatate에서 glycine으로 치환된 변이체입니다. 이런 변이를 거쳐 전염률은 극적으로 높아졌으나 치사율은 증가하지 않았거나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중간점검) 지금 유행하는 신종코로나는 변종이다. 1편
(코로나-19 중간점검) 지금 유행하는 신종코로나는 변종이다. 2편
이번에 발견된 변이체는 VUI-202012/01의 특징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D614G로 변이된 놈이 또 N501Y(501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에서 티로신으로 바뀜)변이를 일으킨 것입니다. 다른 몇몇 곳에도 변이가 있습니다만 전염율의 차이를 일으키는 것은 이 부위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확실치 않으나 이 변이체는 또 전염을 40-70% 잘 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이가 이전과 같이 치사율을 높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변종이 일어나면서 감염은 점점 잘되도록 변이가 일어나고 있지만 치명성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성공적인 바이러스의 진화 방향이기도 합니다. 바이러스의 진화 성공은 숙주를 죽이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많이 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의 치명성이 유지되었다면 아마 훨씬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겁니다.
100% 확실치 않으나 이런 변이 정도로는 바이러스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하지는 못합니다. 백신이 만드는 항체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안정적인 부위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신종코로나의 실제 피해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클 것 같습니다.
올해 한국은 그나마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강력한 봉쇄정책에 따른 실물 경제의 마비도 덜했고, 산업시설의 폐쇄와 조업 중단도 미비했습니다. 오히려 유럽과 미국이 이런 상황일 때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죠. 하지만 내년 초에는 우리도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닮아 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강력한 봉쇄와 조업 중단, 실물 경제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한국은 특히 감염자가 폭증하는 현실과 백신을 통해 병을 통제할 수 있는 미래의 간격이 너무 큽니다. 일본만 해도 내년 초부터 미국의 mRNA기반 백신을 접종 받습니다. 당장 감염자가 많아도 대응 수단이 있다면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내년에 이게 잘 안될 겁니다.
지금 시중 은행은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금리를 올리고 아예 신용 대출은 막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막겠다는 의도이지만 현금이 고갈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내년에는 한계에 다다를 겁니다. 당장 영업장을 못 여는 자영업자의 문제는 3차, 4차 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신종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도 한국 상장사의 20% 이상은 한계 기업이었습니다. 이들 기업이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더 건전해졌을 리는 없습니다. 이들은 현금이 마르면 바로 한계에 내몰립니다.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약화는 바로 고용의 악화로 나타납니다. 내년에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한국은 더욱 빈부격차가 심해질 겁니다.
'나중에 보면 바보도 현명해진다' 는 말이 있습니다.
나중에 남에게 일을 똑바로 못했다고 비난하는 게 꼭 온당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초기의 엄격한 입국 제한으로 몇 달째 확진자 0명대를 유지하는 대만을 보면 왜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중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았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싱가폴과 일본이 신속하게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왜 정부는 가장 유망한 회사들의 백신 구매도 안 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백신은 그렇다 치고 환자가 잠잠할 때 왜 병상, 의료인력을 확보하지 않고 있었을까요? 제 생각에 문재인 정부는 정말 병맛스러운 뭔가가 있습니다.
정부만 욕할 일도 아닙니다. 문재인이 쿠데타로 집권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민의 그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도 각자도생하셔야 할 듯합니다. 같은 나라 사람에게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말을 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닙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모두 힘내십시오. 현금 확보하시고, 건강 잘 챙기십시오. 이럴 때 일수록 직장이 가장 확실한 보험이니 화난다고 직장 때려치우지도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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